철원용암대지는 신생대 제4기 현무암의 용암류가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면서 형성된 화산지형 입니다. 이는 남한의 내륙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용암대지 입니다. 철원 용암대지를 구성하는 현무암의 형성 시기는 약 54만 년 전에서 12만 년 전 사이로 추정됩니다. 이 현무암의 용암류는 서울과 원산을 잇는 추가령구조곡 하부의 연약한 지점(오리산 452m)과 검불랑 지역에서 동북쪽 4km에 위치한 680m 고지를 잇는 선)을 따라 솟아올라 물처럼 넓게 퍼져 흐르면서 철원 일대의 계곡과 낮은 부분들을 메우면서 현재와 같은 용암대지를 형성시켰습니다.
이와 같은 화산 분출양식을 열하분출(裂罅噴出, fissure eruption)이라고 합니다. 한편, 화산활동 말기에는 부분적으로는 중심분출도 일어나 오리산과 680m 고지 등 소규모 화산체를 만들었습니다.
용암대지 형성 이전의 철원 지역은 기반암인 중생대 화강암의 차별 침식 및 풍화의 결합으로 완만한 구릉지대를 이루었으며, 이 사이를 한탄강이 유유히 흘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신생대 제4기에 추가령 구조곡에서 점성이 낮은 현무암 용암류가 여러 차례 분출하여 한탄강 유로를 따라 흘러내려오면서 낮은 부분을 채우면서 용암대지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용암의 분출은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한탄강 중류에서 발견된 차례대로 쌓인 현무암을 통해 5~11번 정도의 분출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철원 용암대지 내부에는 야트막한 독립구릉이 여러 개 존재합니다.
이는 용암이 지표를 메워 평탄한 철원 용암대지를 형성할 때, 기존의 산지가 용암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고 용암대지 상에 마치 섬처럼 돌출된 채로 남겨진 것입니다.
이러한 지형을 스텝토(steptoe)라고 부릅니다. 철원 용암대지 내에 위치한 스텝토들은 입지적 이점이 많아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하여 6.25전쟁 당시 격전이 벌어졌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아이스크림 고지(219m)입니다. 아이스크림 고지(철원군 동송읍 하길리)는 6.25전쟁 당시 폭격을 받아 산이 아이스크림 녹듯이 흘러내렸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화산 분출 장면을 연상하면 대부분 커다란 화산이 폭발하는 모습을 떠올릴 것입니다.
일반적인 화산의 분출은 이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화산이 분출하는 형식은 모두 똑같은 것일까요?
화산분출은 크게 열하분출과 중심분출, 두 가지 형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중심분출은 원통모양의 화도(마그마의 분출통로)를 따라 용암이 분출되는 것입니다. 반면, 열하분출은 지각에 생긴 틈을 따라 용암이 분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열하분출은 현무암이 분출하는 일이 많으며, 넓은 면적을 덮는 것은 여러 개의 틈에서 분출된 결과입니다.
최근의 예로서 아이슬랜드에서 1783년 길이 30km의 틈을 따라 분출한 것과 하와이 제도의 총연장 500km에 달하는 해저분출, 미국 북서의 오리건 주와 그 부근, 인도의 데칸 고원 및 시베리아 중부의 대지 현무암,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원산선에 따르는 현무암의 용암대지가 있습니다.